국제 축구 대회나 월드컵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경우의 수'입니다. 마지막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우리가 이기고, 다른 팀이 비기면 어떻게 되나?"라며 손에 땀을 쥐고 계산기를 두드려본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처음에는 언론에서 제공하는 기사만 보고 결과를 예측하곤 하지만, 축구를 데이터 측면에서 깊이 있게 이해하다 보면 이 확률을 직접 계산해 보고 싶어집니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조별리그 경우의 수 산출 기법, 수학적 원리부터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1. 조별리그 전체 경기 수와 발생 가능한 모든 조합
월드컵 조별리그는 한 조에 4개 팀이 편성되어 풀리그(Round-robin) 방식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각 팀은 자신을 제외한 3개 팀과 한 번씩 경기를 하므로, 한 팀당 3경기를 소화합니다.
여기서 한 조에서 치러지는 총 경기 수는 어떻게 구할까요?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조합(Combination) 공식을 사용하면 간단합니다. 4개 팀 중 2개 팀을 순서 없이 고르는 경우의 수이므로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즉, 한 조에서는 총 6경기가 열립니다. 1차전 2경기, 2차전 2경기, 3차전 2경기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각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는 '승리', '무승부', '패배' 총 3가지입니다. 따라서 6경기가 모두 끝났을 때 나올 수 있는 이론적인 총 결과의 조합은 $3^6$, 즉 729가지나 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우의 수는 이 729가지의 시나리오 중 우리 팀이 상위 2개 팀 안에 들어 16강(과거 32강 체제 기준)에 진출하는 조합을 찾는 과정입니다.
2. 승점 배점에 따른 경우의 수 필터링
경우의 수를 직접 계산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확정된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나무가지를 쳐내는 것입니다. 1차전과 2차전이 끝나면 총 4경기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때까지 각 팀이 획득한 승점을 정렬해 보면 3차전에서 필요한 최소 승점의 윤곽이 잡힙니다.
축구에서 승점은 승리 시 3점, 무승부 시 1점, 패배 시 0점입니다. 이 배점 시스템은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가집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두 팀의 승점 합은 2점(1점+1점)이 되지만, 어느 한 팀이 승리하면 두 팀의 승점 합은 3점(3점+0점)이 됩니다. 승부가 날 때 조 전체의 총 승점 파이가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직접 확률을 산출할 때는 다음과 같은 기준점을 먼저 세우면 편합니다.
승점 9점(3승): 무조건 조 1위 진출 확정
승점 6점(2승 1패): 대개 진출하지만, 세 팀이 2승 1패로 동률이 되는 특수 상황(골득실 따짐) 발생 가능
승점 4점(1승 1무 1패): 가장 치열하게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마지노선 영역
승점 2점 이하: 자력 진출 불가능, 타 팀의 경기 결과에 100% 의존
3. 마지막 3차전 시나리오 트리 작성법
내가 직접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글을 쓰거나 예측해 보려면, 마지막 3차전 2경기의 결과를 두고 '트리(Tree) 구조'를 그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대한민국이 속한 조의 3차전이 [대한민국 vs 포르투갈], [우루과이 vs 가나]라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대한민국의 경기 결과입니다.
시나리오 A: 대한민국 승리
시나리오 B: 대한민국 무승부
시나리오 C: 대한민국 패배
시나리오 C의 경우 승점 부족으로 탈락이 유력하다면 과감히 제외하고,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 A를 바탕으로 하위 트리를 뻗어나갑니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고정해 둔 상태에서, 동시에 열리는 [우루과이 vs 가나]의 세 가지 결과(우루과이 승 / 무승부 / 가나 승)에 따른 각 팀의 최종 승점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복잡해 보이던 729가지의 경우의 수가 단 3~4가지의 핵심 시나리오로 압축됩니다.
4. 데이터 분석 시 주의해야 할 점과 한계
수학적으로 경우의 수를 계산할 때 흔히 하는 실수는 '모든 경기의 승무패 확률을 동일하게 33.3%로 잡는 것'입니다. 주전 선수의 부상,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 지어 로테이션(후보 선수 기용)을 돌리는 상대 팀의 동기부여 저하 등은 단순 수학 공식에 반영되지 않는 정성적 데이터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스포츠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수학적 경우의 수 위에 '팀별 전력 지수'와 '경기 상황적 변수'라는 가중치를 곱해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가중치를 정량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핵심 요약]
한 조에서 치러지는 총 경기 수는 6경기이며, 이론적으로 발생 가능한 승무패 조합은 총 729가지이다.
1, 2차전 결과가 나오면 누적 승점을 바탕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빠르게 제거(필터링)하는 것이 우선이다.
마지막 3차전의 경우의 수는 우리 팀의 결과(승/무/패)를 고정한 뒤, 동시간대 타 팀 경기의 3가지 결과와 조합하여 트리를 만들면 쉽게 산출할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다음 글에서는 이번 편에서 다룬 경우의 수에 단순 수학을 넘어 실제 '승리 확률'을 입히는 핵심 도구, 피파 랭킹의 산정 원리와 Elo 레이팅 시스템을 활용한 승률 예측법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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